
최근 대학 논술과 수능을 앞두고 'AI 스마트 안경' 부정행위가 잇따라 문제가 됐습니다. 한 대학 논술 시험에서는 안경 형태의 기기를 쓴 수험생이 적발됐고, 교육 당국은 수능장에서 이런 기기를 착용만 해도 시험을 무효로 하고 이듬해 응시 자격까지 정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고등학교 시험에 대해서도 전수조사가 예고됐죠.
이 사건은 단순한 '커닝 적발' 이야기로 넘기기 어렵습니다. 도구가 답을 즉시 알려주는 시대에, 우리가 시험으로 증명하려던 것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묻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이 질문을 사고실험처럼 풀어보려 합니다.
▶ 시험은 '지식'을 재는가, '접근을 차단한 상태'를 재는가
원래 시험은 머릿속에 든 지식과 사고력을 측정하는 장치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찾는 비용이 0에 가까워지자, 시험은 사실상 '외부 도움을 차단한 조건에서의 수행'을 재는 쪽으로 성격이 옮겨가고 있습니다. 같은 답을 썼더라도 혼자 떠올린 것과 안경이 띄워준 것을 구분하려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아느냐'가 아니라 '어떤 상태에서 했느냐'를 평가 기준으로 삼게 됩니다.
▶ 도구가 능력의 일부가 될 때, 공정의 선은 어디인가
계산기, 사전, 검색은 한때 '부정'이었지만 지금은 일상의 능력으로 받아들여집니다. AI 안경도 언젠가 그 선을 넘을까요? 여기서 어려운 점은, 금지선이 '능력의 본질'이 아니라 '그 순간 모두가 동일한 조건인가'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만 쓰면 부정이고, 모두가 쓰면 새로운 표준이 됩니다. 공정은 도구의 선악이 아니라 '조건의 평등'에서 갈린다는 뜻이죠.
▶ 감독이 '의심'으로 판단해야 할 때 생기는 문제
적발 방식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데에는 회피를 막으려는 현실적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현장 감독관은 명확한 증거 없이 '의심'으로 판단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됩니다. 평범한 안경과 기능성 기기를 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잘못된 적발과 놓친 부정 사이의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는 또 다른 윤리 문제를 만듭니다.
▶ 정리
AI 안경 논란은 기술이 빨라서 생긴 문제처럼 보이지만, 그 핵심은 오래된 질문입니다. 시험이 지키려던 가치가 '지식의 양'이었는지, '혼자 해내는 정직함'이었는지, 아니면 '모두에게 동일한 조건'이었는지를 우리는 분명히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도구가 그 경계를 흔드는 지금, 막아야 할 대상은 안경 자체가 아니라 '무엇을 평가하려 했는지 스스로도 모르는 상태'일지 모릅니다. 당신이라면, 시험은 이 셋 중 무엇을 가장 먼저 지켜야 한다고 보시나요?